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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박준태, 노력으로 부활한 '천재'

2023-08-09

이승렬, 김보경, 홍정호, 오재석, 이범영. 이제는 한국 축구의 미래
가 된 이름들이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들에겐 결코 '최고'란 이
름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 시절 가장 뛰어난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는 하나같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바로 박준태(인천)였다.

박준태는 중고교 시절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빠른 스피드와 수
비수 한 두 명쯤은 거뜬히 제쳐버리는 개인기, 탁월한 득점감각까
지. 모두가 그를 보며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떠올릴 정도였다.
그가 뛰었던 원삼중과 신갈고는 참가하는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했
고, 득점왕과 MVP도 늘 그의 몫이었다. 고교 2학년 때 시절 축구 명
문 고려대 입학이 결정될 정도였다. 각급 대표팀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박준태는 실패를 모르는 이름 그 자체였다.

실패와 좌절은 한순간에 찾아왔다. 대학 입학 즈음 발목과 무릎을 차
례로 다치며 1년여를 고스란히 날렸다. 고교 1학년 시절 172cm에서
멈춰버린 신장도 성인무대에선 부담으로 다가왔다. 대학을 중퇴하고
K리그 울산현대에 입단했지만 동기생들이 대표팀과 프로리그에서 맹
활약할 때 그는 2군을 전전했다. 패배감은 순식간에 천재를 범재로
만들어버렸다.

반전의 계기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축구를 처음 제대로 시작하게
해준 허정무 인천 감독과의 재회였다. 중학시절부터 그를 눈여겨 봐
왔던 허 감독은 울산에서 방황하던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극적으로 인천에 합류했고 조금씩 출전기회를 얻어갔
다.

그리고 4월 17일. 성남 일화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교체 출전해 결승
골까지 터뜨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인천의 첫 승
을 견인하는 득점포이자 K리그 데뷔 3년 만의 마수걸이 골. 자신감
을 되찾은 천재는 예전의 위용을 되찾았다. 정규리그 9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했고, 7라운드 MVP에 오르는 등 3주 연속 K리그 베스트
11에도 선정됐다. 허 감독 역시 박준태의 부활을 두 팔 벌려 환영했
다. 최근에는 올림픽대표팀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3년 만에 태
극 마크를 달았다.

떠오르는 유망주답지 않게 박준태는 의젓했다. 일찌감치 모진 풍파
를 경험했기에 이제 겨우 잎을 틔운 묘목임에도 탄탄한 뿌리를 갖고
있었다. 쓸모없는 자만감도 없었다. 이 남자. 묘하게 사람을 끌어들
이는 매력이 있다.


◇ 시작은 모든 게 완벽했다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처음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언제였나

박준태(이하 박)

서초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그때엔 주말에만 축구를 했는데 스카우
트분이 저를 보고 축구선수 해 볼 생각 없느냐고 물어보셨다. 나도
그랬지만 아버지도 워낙 축구를 좋아하셨다. 다만 어머니가 반대를
하셨다. 성격이 활발하긴 해도 꼼꼼한 거 좋아하는 성격이라 안 시키
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셨는데, 내가 너무 하고 싶어하니까 결
국 포기하셨다(웃음) 이후 삼전 초등학교로 전학해 정식으로 축구를
시작하게 됐다.

스투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두각을 드러냈다고 들었다.



허정무 감독님이 총감독을 맡으셨던 용인FC(원삼중)로 진학했다. 당
시에도 또래들보다 키가 작은 편이었는데, '뽀록뽀록'대며 잘 뛰어다
녔다. (웃음) 각급 청소년 대표도 빠짐없이 들어갔다. 자만했다고
할 정도였다. TV로 잘하는 선수를 봐도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
이 들었다. 물론 어린 마음이었겠지만 그 정도로 자신감이 많았단 뜻
이다.

스투

허정무 감독을 처음 봤을 땐 어땠는가



2001년 허정무 감독과 용인FC 테스트 기간 때 처음 뵀었다. 테스트이
기도 하고 감독님도 보시고 해서 긴장하고 열심히 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1등을 했다. 곧바로 감독님이 나를 부르셔서 호흡을 어떻게 해
야 하는지 등등 여러 말씀을 해주시는데 첫인상이 굉장히 좋으셨다.
워낙 인상이 좋으신 분이기도 했고.

스투

동기인 이승렬(FC서울),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등 동기들을 제치고
늘 중·고교 랭킹 1위로 꼽혔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잘했는가



용인FC 소속이어서 원삼중학교에서 신갈고등학교로 진학했는데 그
땐 대회 나가면 거의 대부분 득점왕도 하고, MVP(최우수선수)도 차지
했다. 친구들은 보통 고3 때 어느 대학에 가고 싶다, 프로팀에 가고
싶다 걱정이 많았는데 나는 이미 고2 때 이미 고려대학교 진학이 결
정됐었다. 탄탄대로였다. 그때까지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성
인이 되면 곧 좋은 선수가 될 거란 믿음으로 충만하던 시절이었다.


◇ 유망주를 가로막은 슬럼프의 시작

스투

그러다 슬럼프가 찾아왔다



사실 고 3 때 대회 당시 후반전에만 뛰었다. 그나마도 이기고 있으
면 잘못 들어갔고 비기거나 질 때만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투입됐
다. 아마 다른 친구들이 대학에 진학하려면 경기를 뛰어야 하는데,
신갈고가 워낙 강팀이라 나 없이도 성적은 나왔기 때문에 그랬을 것
이다. 하지만 나로선 계속 경기를 뛰어야 몸 상태가 유지가 되는데
그렇질 못했다.

스투

조기에 진로가 결정된 것이 독이 된 셈이다.



그렇다. 이후 U-19(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에 들어가 베트남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했는데, 괌과의 첫 경기를 하루 앞두고 발목을 다쳤
다. 결국 수술을 받아 한 경기도 못 뛰었다. 그 때문에 고려대도 6월
에나 들어갔는데 이번엔 허벅지가 파열돼서 또 한 달을 쉬었다. 입학
한 뒤 대회를 하나 치르고 프로행을 결심하고 자퇴했다. 그리고 입
단 전까지 또 집에서 쉬었다. 고3 말부터 대학교 1학년 때까지 계속
제대로 뛰질 못한 셈이다. 그때부터 하락세를 맞이했다.

스투

어쨌든 재능은 탁월했기에 2009년 울산 현대에 입단했지만 기회를
잘 잡지 못했다.



당시 김정남 감독님이 드래프트에서 신인을 뽑으셨는데 입단하자마
자 김호곤 감독님으로 바뀌었다. 감독님으로서도 잘 모르는 신인 선
수들이지 않았겠나. 1순위로 들어왔던 김신욱 형조차도 동계훈련을
못 가고 2군에 갔다. 신욱이형과 가장 친한 형동생 사이였는데, 형
이 나랑 성격이 완전 반대다. 신욱이형은 굉장히 성실한 스타일이지
만 그때 난 낙천적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좋은 위치에만 있었다 보니
독한 면이 부족했다. 나를 경기에 안 뛰게 하고 2군에 있으면 노력해
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남 탓을 하곤 했다.

스투

그럼 아무래도 김신욱의 영향을 좀 받았겠다



2군에서 함께 지낼 때, 신욱이형은 운동 나갈 때마다 항상 나를 데리
고 나갔다. 또 그땐 신욱이형이 수비수여서 같이 1:1도 하고 이런저
런 훈련을 같이했다. 거기다가 신욱이형이랑 같이 교회에 다니게 되
면서 나도 사람이 바뀌었다.(웃음)

스투

그렇게 늘 동반자였는데 김신욱이 먼저 1군에 올라가고 대표팀에도
뽑혔을 땐 좀 속상한 부분도 있었을 텐데



왜 아니겠는가. 처음에는 신욱이형이 먼저 1군에 올라가서 후반전 10
분을 먼저 뛰었다. 그게 그렇게 부럽더라(웃음) 그 다음엔 내가 1군
에 올라가고 신욱이형이 2군에 내려갔고, 이후엔 같이 1군에서 투톱
으로 뛰기도 했다. 하지만 신욱이형은 계속 게임을 뛰면서 골까지 넣
었던 반면 나는 나 자신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

스투

그리고 한동안 부진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결국 입단 2년차였던 지난해엔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심지어 2군
게임에서조차 잘 뛰지 못했다. 한 마디로 바닥을 쳤다. 그 땐 '내가
왜 2군 경기도 못 뛸까'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 자신에게 문
제가 있었다. 경기에 못 나가면 내가 부족한 게 뭔지 되돌아보고 내
장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 나
는 그냥 기분만 상한 채 운동도 제대로 안 하고 허송세월을 했다. 지
금 와서 정말 많이 후회되는 부분이다.

스투

'가장 완벽한 바닥'이라고 느꼈을 때는 언제였나

박내 입으로 말하긴 좀 쑥스럽지만 학창시절부터 나를 존경해주는 후
배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애들이 나한테는 얘기 못하고 다른 친구들
에게 '준태형 축구 그만뒀냐'고 물어봤다더라.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야…이제 내가 안 보이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웃음) 그때부
터 오기가 생겼다.

스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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