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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성의 눈] 석현준 아약스 떠나 K리그로 오라

2023-08-09

후반 중반 김동섭과 석현준이 교차하듯 교체됐다. 김동섭은 선발, 석
현준은 교체 투입이었다. 희비도 갈렸다. 김동섭은 결승골을 넣었고
석현준은 긴장한 듯 몸이 무거웠다.

김동섭과 석현준의 사이엔 변화와 반전의 갈림길이 놓여 있었다.

어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올림픽대표팀 평가전의 관전 포인트 중 하
나는 ‘신데렐라 보이’라 불린 김귀현(벨레스 사르스필드)과 석현준
(아약스)의 잠재력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석현준과 김귀현 모두 ‘아
시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네덜란드 아약스와 아르헨티나 1부
리그에 입성한 주인공들이다. 아마추어 시절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
만 끊임없는 도전과 집념, 해외 진출에 대한 열망 등으로 꿈을 이룬
‘신데렐라 보이’이기도 하다.

병마와 싸우는 아버지가 산소 호흡기를 하고 경기장에 나와 아들을
지켜보는 모습으로 주위를 눈물짓게 만든 김귀현은 선발 수비형 미드
필더로 나서 과감한 플레이와 많이 뛰는 움직임으로 가능성을 비쳤
다. 정반대의 시차와 하루 가까운 이동거리, 처음으로 손발을 맞춘
탓에 콤비네이션 플레이와 세밀한 동작 등에는 아쉬움이 묻어났지만
선수단 내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감을 보였다.

석현준의 플레이는 대체적으로 아쉬웠다. 후반 69분 김동섭과 교체
돼 필드를 밟은 석현준은 의욕적인 드리블 돌파 등 적극성을 보였지
만 패스 타이밍과 팀플레이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었
다. 석현준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홍명보 감독의 표정에 안타까움이
묻어있기도 했다.

석현준은 무언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마음에 조급해 보였다. 의욕적이
었지만 급해보였다. 자신의 강점을 온전히 경기장에 쏟아내지 못했
다.

신데렐라 보이 김귀현과 석현준

위기의 석현준이다. 석현준으로선 이번 올림픽대표팀에서의 활약과
존재감을 터닝 포인트로 삼고 싶었을 것이다. 석현준은 오는 여름 아
약스와의 계약이 끊어진다. 아약스는 석현준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겠
다는 뜻을 밝혔다. 2009년 연습생 석현준의 아약스 입단을 이끈 마
틴 욜 감독이 지난해 연말 팀을 떠나고 프랑크 데 부어 신임 감독이
아약스의 지휘봉을 잡은 뒤 석현준의 팀 내 입지가 눈에 띄게 좁아졌
다. 입단 첫 시즌 1군 리그 경기와 유로파리그 등에 출전한 석현준
은 올 시즌 2군 경기에만 출전했다.

유럽 잔류 자체가 불투명한 석현준으로선 대표팀이 반전의 무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지나친 부담은 오히려 몸을 무겁게 했
고 경직되게 했다.

현재적 구도로 본다면 석현준이 2012런던올림픽 최종엔트리 18명 안
에 들어갈 확률은 낮다. 최종엔트리 18명 중 2명은 골키퍼다. 또 3명
의 와일드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남은 자리 중 포지션 밸런스 등을
감안하면 최전방 공격수는 2명 안팎이다. 박주영, 지동원, 김동섭
등 뛰어난 재능이 버티고 있는 포지션이다. 현재와 같은 흐름이라면
석현준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석현준에게 지금 바로 필요한 건 보다 과감한 결단이다. 그 결단의
방향은 대표팀에서의 ‘한 방’이 아닌 프로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활
약과 성적이어야 한다. K리그의 도전이 반전의 길이 될 수 있다. 심
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국내 무대서의 새로운 도전이 보다 많은 기회
를 석현준에게 줄 수 있다.

신인 드래프트 통해서만 가능한 석현준의 K리그행

광주FC의 공격 듀오 박기동과 김동섭이 쓰고 있는 반전드라마이기도
하다. 박기동과 김동섭은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 적응 실패 등으로 힘
든 나날을 보냈고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설 자리를 잃어야 했다. 이들
을 지켜본 홍명보 감독은 위기와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기량, 주위의 도움이 부족한 해외진출은 신중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
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위기를 이겨내지 못할 해외진출은 선수에
게 치명적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박기동과 김동섭은 먼 길을 돌아 K
리그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시즌 초반 신생팀 광주의 선전
을 이끌며 대표팀에 발탁되는 대반전의 기회를 끌어냈다. 2년 여 만
에 홍명호 감독과 인연을 다시 맺은 김동섭은 중국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터닝 포인트의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박기동과 김동섭의 선택은 석현준에게도 하나의 분명한 길일 수 있
다. 기회의 여지가 보이면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지만 소속팀
과 재계약 협상이 불발된 상황 속에서 또 다른 기회를 잡긴 쉽지 않
아 보인다. 스무 살을 넘어 성장이냐 답보냐의 기로에 놓인 석현준에
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국내외의 기준이 아닌 기량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소속팀의 존재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지만 한창 뛸 나이에 계속해서 경기를 지켜만
보는 것이 좋을 수는 없다.

물론 석현준의 K리그 도전이 쉬운 길은 아니다. 석현준이 당장 주전
으로 뛸 K리그 팀이 많지 않다. 경쟁력을 보다 강화하지 못하면 힘겨
운 주전 경쟁이 불가피하다. 보다 어렵고 구조적인 문제는 석현준이
K리그 팀에 입단하기 위해서는 이적이 아닌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약, 규정 제24조 5항 <아마추
어 선수가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고 해외 프로팀에 입단할 경우에
는 해외 프로팀 입단으로부터 5년 이내에 국내 프로팀에 입단하려면
신인 드래프트에 의거 입단해야 한다. 단 5년이 경과된 후에 국내 프
로팀에 입단하는 경우에는 자유 이적으로 입단이 가능하다>는 조항
때문이다. 석현준이 해외에 진출한 지 만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석
현준은 드래프트를 통해서만 K리그 입성이 가능하다. 일본 프로무대
에서 활약한 박기동과 김동섭도 드래프트를 통해 광주에 입단했다.

석현준이 연말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K리그 입단 절차를 밟는
다면 아약스와의 계약이 끝나는 6월 이후 반년 가까운 시간이 공중으
로 뜬다. 임대 조항 등을 활용해 반 년 간 해외에 머물다 드래프트
에 참가하는 방법 등이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석현준의 K
리그 도전의 최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드래프트를 피해가려는 선수
들을 막기 위해 만든 규정이기도 한데 드래프트 제도의 맹점과 더불
어 제도적 피해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K리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일
이기도 하다. 


 관리자  11-03-30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