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뉴스

김보경, 스물 한 살 황금 왼발을 키운 건 '허정무와 자라즙'

2023-08-08

중학생 작은 키·왜소한 체격 고민
부모님 자라즙 등 보양식 뒷바라지

"멀티플레이어 보경, 키 걱정 말라"
허정무 축구센터장 한마디 힘 불끈

'왼발의 달인' 김보경(21·오이타 트리니타)이 2010 남아공월드컵 최
종 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주변에선 의외의 발탁이라는 평가
도 있다. 박지성, 염기훈 등 팀 내에서 경쟁해야 할 상대도 버겁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에 이어 월드컵 대표로 발탁되기까지
그는 겁 없이 달려왔다.

허정무 감독은 김보경에 대한 믿음으로 그를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포
함시켰다. 4년 뒤에 그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는 아무도 모른
다. 김보경의 발탁은 미래 한국축구를 위한 듬직한 보험이다.

● 태권소년에서 축구꿈나무로

김보경은 축구를 하기 전 태권도를 배웠다. 소질도 있었다. 태권도를
한지 1년도 되지 않아 시범단원으로 선발됐다. 운동신경 하나만은 타
고난 듯 하다. 그러나 축구에 푹 빠져 있던 김보경은 태권도 대신 축
구를 선택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태권도를 시작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는
데 두각을 보였죠. 그러면서 미국의 6개 주를 돌며 태권도 시범을 보
이는 단원으로 선발됐는데, 보경이가 가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는 축구가 더 좋으니 그냥 축구를 하겠다는 게 이유였어요."

태권도를 가르쳤던 사범은 김보경의 재능이 아까웠다. 그래서 몇 번이
나 설득하려 했지만 끝내는 축구를 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못했다.

"사범님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보경이의 모습을 보고나
서 '제가 포기하겠습니다'라고 말하시더라고요."

김보경이 축구를 시작한 건 오류초등학교 3학년 때다. 동네에서 아이
들과 공을 차며 놀던 것을 당시 감독이 눈여겨보고는 집으로 몇 번을
찾아와 축구선수를 시키라고 권유했다. "체격이 작아서 운동을 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감독님이 보경이를 설득했는지 본인이 하겠다
고 하더라고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애가 하고 싶다고 하니까 시
키게 됐죠."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아들의 축구실력은 몰라보게 성장했다. 초등
학교 5학년이 되면서 서울시 대표로 발탁되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 장어랑 자라먹고 무럭무럭

"키가 작아서 축구를 계속시켜야 할 것인지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중학교 때까지 김보경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작았다. 160cm를 갓 넘었
으니 축구 선수로서는 체격이 왜소했다. 부모로서 조바심도 생겼다.
부친 김상호(54) 씨는 서울 개봉동 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했다. 넉넉
하지 않은 형편이었기에 남들처럼은 아니었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
을 위해서라면 뭐든 해주고 싶었다.

"키가 작아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키 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건
뭐든 다 해먹였어요. 장어와 자라는 즙을 내서 엄청 먹였죠. 그 덕분
인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훌쩍 키가 크더라고요."

키 때문에 축구를 그만둘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다. "어렵게 테스트
를 통해 용인 축구센터에 선발이 됐죠. 하지만 전국에서 몰려온 아이
들 틈에서 보경이에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어요. 게다가 발목
과 무릎에 부상까지 당했던 터라 2학년 6월까지는 벤치만 지켰거든
요."

고민하던 김 씨에게 당시 축구센터를 이끌던 허정무 감독은 "보경이
는 어느 포지션을 봐도 잘 해낼 실력이 있는 선수다. 누구나 170cm 정
도는 클 수 있으니 키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힘을 실어줬다.

● 일찍 찾아온 벤치의 설움

고교 진학을 앞두고도 '축구를 그만둘까'하는 고민을 했다. 이때도 중
학교에서 지도를 맡았던 정광석 감독(현 용인시청 감독)이 김보경의
재능을 아깝게 여겨 다른 학교로 진학시키자고 했다.

"감독님이 '욕을 먹어도 내가 먹을 테니 보경이를 맡겨 달라'고 했어
요. 감독님이 그렇게까지 말하는 데 거절할 수 없더라고요."

남보다 일찍 아픔을 겪었던 덕인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눈부시
게 성장했다. 신갈고와 홍익대를 거치면서 팀에 수많은 우승컵을 안기
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뛰어난 왼발 킥과 볼 키핑력은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김보경의 진가는 U-19와 U-20 대표로 발탁되면서 더욱 빛이 났고, 마
침내 21살의 나이로 월드컵 대표로 발탁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실제 경기 중 결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선수다"며 허정무 감독은 김보
경의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능력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부친 김 씨는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지금까
지 그래왔던 것처럼 누구보다 자기관리가 뛰어나거든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열심히 하면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어요"라고 말했다.

● 넘치는 '끼', 여자친구는 아직

김보경은 숨겨 둔 재주가 많다. 2009년 8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U-
20 대표로 나선 김보경은 16강 진출이 결정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서 선취골을 성공시킨 뒤 바이올린을 켜는 듯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골도 골이었지만 이 독특한 세리머니는 팬들의 뇌리에 고스란히 박혀
화제가 됐다.

어린시절 김보경은 춤꾼이었다. 동네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와서는 자
기가 직접 개발한 춤을 선보이면서 가르치곤 했다. 김 씨는 "어렸을
때 동네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와서는 자기가 개발한 춤을 가르쳐 주
고 가장 잘 따라한 아이에게 순위를 정해주더라고요. 저런 재주도 있
었나 했죠"라며 웃었다.

김보경은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 김 씨는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도 나
쁘지 않다"고 말했지만 아들은 아직까지 축구를 더 좋아한다. 언젠가
는 '여자친구도 사귀어 보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나중에 성공하고
나서 사귀어도 늦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라고 하더라고요."

● '왼발의 달인' 김보경 성장앨범

1. 아기 때 김보경. 유별난 축구공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2, 김보경이 서울시 교육감배 축구대회(2000년)에서 상대선수와
  몸싸움을 하고 있다.
3. 서울시 남녀종별 축구선수권대회(2001년)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
  를 받고 있는 김보경.
4. 지난 2일 수원에서 열린 수원컵 국제청소년 축구대회 한국과 남아
  프리카공화국의 개막전에서 두번째 골을 터트린 김보경이 세레모니
  를 펼치고 있다.

● 김보경 프로필

생년월일= 1989년 10월6일
출생= 서울
신체= 178cm, 73kg
소속팀= 오사카 세레소(2009년), 오이타 트리니타(2010∼)
포지션= 미드필더
출신학교= 서울 오류초-용인 원삼중-신갈고-홍익대
데뷔= 2010년 1월9일
경력= U-19 대표팀(2008년), U-20 대표팀(2009년)
A매치 출장= 6경기
월드컵 출전 경험= 없음 


10-06-09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