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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타 김보경, 포스트 박지성을 꿈꾸다

2023-08-08

이제 갓 스물 한 살. 두 볼에는 여드름 자국이 선명하다. 이제 겨우
성년이 됐다. 그러나 어엿한 A대표팀 선수다. 허정무팀 막내 김보경
(21·오이타) 이야기다. 키는 더 이상 자라지 않아 고민이지만 축구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U-20 월드컵에서 두 골을 뽑으며 8강 주역으로 이름을 알렸
다. 여세를 모아 올 해 초 잠비아전에서는 무난한 A매치 데뷔전을 치
렀다.

남아공 전지훈련기간 대표팀 연습경기에서 골 맛을 보더니 동아시아대
회에서는 박지성(29·맨유)의 빈자리를 꿰찼다. 홍콩전에 터진 5골
중 3골이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올 시즌 데뷔한 J2리그에서는 두
경기에서 3골을 뽑아내며 득점 선두에 올랐다.

"허정무 감독님께서 23명 엔트리 외에도 2~3명 유망주를 남아공 월드
컵에 데려가 주신다고 했어요. 이왕이면 엔트리에 들어서 월드컵 무대
를 밟아보고 싶어요." 21살 청년답게 패기가 넘쳤다.

* J2리그의 김보경

지난해 홍익대에 재학 중이던 그는 J2리그의 오이타 트리니타와 계약
했다. 올 시즌부터 사령탑을 맡게 된 황보관 감독의 적극적인 러브콜
덕분이었다. 황보 감독은 "올 시즌 팀 재건을 계획하며 15명의 선수들
을 내보냈다. 보경이가 첫 번째 영입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박지성을 제외하면 국내대학에서 바로 J리그로 건너가 성공을
거둔 사례는 많지 않다. 대부분 주전 경쟁에 밀리고 타향생활에 외로
움을 느껴 국내 무대로 유턴했다. 그러나 김보경은 박지성의 전례를
따르겠다는 각오다.

"팀 분위기가 워낙 좋아요. 친구들과 같이 볼을 차는 기분이에요. 20
세 대표팀에서 함께한 친구 (최)정한이가 있는 팀이어서 적응도 어렵
지 않았고요." 그의 말대로 오이타의 주축을 이룬 선수들은 대부분 20
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다.

이 틈에서 그는 이미 중심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주말 FC기후전
전반 42분 김보경이 페널티킥을 얻어내자 동료는 그에게 기회를 양보
했다.

홈 개막전이었던 이날 경기장에는 일본 팬이 한글로 "김보경 파이팅"
이라고 쓴 현수막도 걸렸다. 김보경은 후반 39분 장기인 왼발 중거리
슛으로 3-1 승리를 이끌며 응원에 보답했다.

J2리그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변의 우려는 신경 쓰지 않는다. "J2
의 수준이 대표팀 경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U-20 대회 수준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보 감독도 "지난 시즌 J2에서 승격된 센다
이가 올 시즌 2연승으로 J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J2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팀은 경기력이 상당하다"고 거들었다.

* 포스트 박지성 찜. 약점은 수비가담 능력

'신형 왼발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는 그의 포지션은 왼쪽 측면 미드필
더다. 대표팀 주장 박지성의 자리다. 아직 '풋내기'에 가까운 김보경
이 박지성을 밀어내고 월드컵 무대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해외파가 제외됐던 남아공-스페인 전지훈련기간에는 주전으로 나섰지
만 박지성이 풀타임 출전한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출전기회를 잡지 못
했다.

그러나 위기는 오히려 기회다. 황보 감독은 "잠재력뿐만 아니라 현재
갖고 있는 능력도 상당하다. 공격력은 나무랄 데가 없다. 투입과 동시
에 경기 흐름을 바꿔 놓을 줄 아는 선수다"고 평했다.

박지성의 백업요원으로 투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박지성이 불의의
부상을 당할 경우 김보경은 훌륭한 대타가 될 수 있다. 황보 감독
은 "수비 가담능력을 키우면 더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팀을 16강으로
이끌었던 선수는 J리그 교토 퍼플상가(2001년 J2리그 우승팀)에서 뛰
던 21살의 박지성이었다. 김보경은 박지성이 걸었던 길을 뒤쫓고 있
다. 


 관리자 ()  10-03-19 16:23  2,81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