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약스 입단 석현준, "아데바요르처럼 될래요"
2023-08-08
유럽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의 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올여
름만 해도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청용이 볼턴 원더러스의 유니폼을 입
었고 유망주 남태희도 프랑스 발랑시엔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유럽 진출은 여전히 쉽지 않은 관문이다. 프로부터 유소년까
지 각양각색의 선수가 도전하고 있지만 관문을 뚫는 선수는 아직 극소
수에 불과하다. 그런 관문을 이적이 아닌, 당당히 입단 테스트를 거
쳐 통과한 어린 선수가 있다. 그의 이름, 석현준이다.
석현준의 아약스 입단 소식은 누리꾼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이렇
다 할 프로필 하나 구하기 어려운 어린 선수가 유럽 명문 구단과 그것
도 어렵다는 입단 테스트를 거쳐 정식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수
소문 끝에 용인시 축구센터 소속이며 U-15, 17, 18세 대표로 활약한
경력의 공격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했
다. 그래서 그를 만나봤다.
◆ 다른 세상, 네덜란드와의 운명적 만남
입국한 지 10일쯤 지나서일까. 석현준은 이제 어느 정도 시차에 적응
한 모습이었다. 짧게나마 유럽에서 뛰어본 느낌이 궁금했다. '다른 세
상을 봤다'며 말문을 연 그는 "훈련도 짧은 시간 안에 선수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게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훈련 하나하나에 집중하
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애초 목표는 첼시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상 경
력, 개인 타이틀 등 첼시의 요구 사항을 채우지 못했다. 잔부상에 시
달려 이렇다 할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석현준은
네덜란드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본으로 테스트를 받으러 가기 전날, 석현준 측은 고민에 빠졌다. 네
덜란드에서 입단테스트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당시 송영대 용인시 축
구센터 총감독은 "일본은 가까운 나라라 다시 도전할 기회가 생기겠지
만 유럽은 그렇지 않다. 유럽 쪽에 초점을 맞추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
여 운명적으로 네덜란드 행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네덜란드에서의 행보도 순탄하진 않았다. 입단 테스트가 한 차례 연장
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석현준은 "이게 될까, 모든 것을 걸고 왔는
데 여기서 안 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모든 것을 걸었기에 자신 있었다"고 회고했다.
두려움을 극복한 석현준의 플레이는 리저브 감독 피터 하이스트라를
매료시켰다. 마틴 욜 1군 감독도 '흥미로운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료와의 원만한 관계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다닐로, 케를
론, 제 에두아르두 등 브라질 선수들은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줘 낯선
땅에 석현준의 긴장을 풀어줬다.
자신의 노력과 동료의 도움으로 입단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10월 8일, 마침내 정식으로 아약스 선수가 됐다. 한국선수로는 허정
무, 노정윤, 송종국, 이영표, 박지성, 김남일, 이천수에 이어 네덜란
드에서 뛰는 여덟 번째 한국 선수, 아약스에서 뛰는 최초의 한국 선수
가 된 순간이었다.
◆ 소년, 아데바요르를 꿈꾸다
석현준은 초등학교 1학년 겨울, 처음으로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
나 줄곧 공격수로만 활약했던 것은 아니다. 입문 당시에는 공격수로
활약했으나 전학으로 팀을 옮기면서부터 미드필더를 보기 시작했다.
그는 중3 때까지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전천
후 선수로 활약했다.
석현준이 다시 공격수로 전향하게 된 것은 고1 때였다. 물론 키가 부
쩍 자란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가장 재밌는 포지션이었다는 점
이 자신을 다시 공격수로 전향하게 했다'고 밝혔다. 특히 측면으로 자
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톱 공격수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아약스는 A팀을 제외하곤 모든 클래스가 스리톱을 주 전술로 사용하
고 있다. 석현준도 입단 테스트 당시 이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
다. "한국에선 스리톱으로 뛰어도 포지션 체인지가 빈번했으나 네덜란
드는 그렇지 않았다. 포지션을 지키는 것을 중시해 애를 먹었다. 그러
나 경기를 치러가면서 하나둘씩 알아가니까 네덜란드식 스리톱도 재밌
었다."
롤 모델로는 에마누엘 아데바요르를 꼽았다. "중학교 때부터 아데바요
르를 동경해왔다. 키가 큰 선수임에도 유연한 몸놀림을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었으며 플레이 스타일이 유사해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 미래
에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접 만난 석현준은 정말 아데바요르와 많이 닮아 있었다. 검게 그을
린 피부뿐 아니라 늘씬한 다리까지 아프리카 선수를 연상케 하는 구석
이 많은 선수였다. 탄탄한 체구의 장신 공격수임에도 힘보다는 유연함
이 먼저 시선을 끈다는 점도 궤를 같이한다.
마침 그의 경쟁자 제프리 카스티욘도 '포스트 클루이베르트' 혹은 '포
스트 아데바요르'라 불리는 전도유망한 장신 공격수다. 그러나 석현준
은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자신 있다'고 외쳤
다. 단 한 마디였지만 자신감 넘치는 어투와 강렬한 눈빛에서 그의 굳
은 각오를 느낄 수 있었다.
09-10-19 1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