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고 박광현 감독, 드라마틱한 우승 연출한 승부사!!!
2023-08-08
후반전도 20분을 넘어선 시간. 스코어는 0-2.
백운기 결승전에서 금호고를 맞이해 2점차로 끌려가고 있는 백암고 박
광현 감독은 안타까운 눈으로 피치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응시하고
있다.
이미 박 감독은 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목이 쉬었고, 초조함
때문인지 입술도 바짝 말라 있다. 경기장 분위기상 승부의 추는 금호
고로 기울었고, 백암고가 전세를 역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그러나 후반 22분, 백암고를 위한 드라마가 시작됐다. 미드필드에서
공간패스를 받은 1학년생 정찬일이 골키퍼 키를 넘기는 절묘한 루프슛
으로 1골을 만회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승부는 알 수 없게 된다. 2골
차 리드로 여유 만만했던 금호고 선수들이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했
고, 1골 차로 따라붙은 백암고 선수들은 더욱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
다.
더군다나 백암고는 금호고를 상대로 최근 4년간 한번도 지지 않았다.
박광현 감독이 선수들에게 계속 주입시켰던 부분이다.
“4강전에서 금호고와 광양제철고가 붙었어요. 우리가 금호고한테 4년
간 한번도 지지 않았기 때문에 내심 금호고가 올라오길 원했죠. 0-2
로 지고 있을 때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사실 금호고는 현대축구의 흐름을 잘 반영한 축구를 하는 팀이에
요. 전방으로 한번에 연결하기보다는 수비에서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
는 스타일이죠. 고교축구에서 매우 수준 높은 팀이에요. 그렇기 때문
에 경기 전부터 선수들에게 상대 지역부터 프레싱을 가해서 패스루트
를 차단하자는 주문을 했습니다.”
“결국 1골 싸움이었죠. 0-2에서 우리가 1골만 만회할 수 있으면 뒤집
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수들에게도 금호고에게 진 적이 없다
는 사실을 계속 일깨워졌죠.”
그리고 후반 35분, 경기 종료를 5분 남기고 백암고는 승부를 원점으
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선제골의 주인공 정찬일이 또다시 득점에 성공
한 것.
“이번 대회에서 모든 선수들이 잘했지만, (정)찬일이가 수훈갑이죠.
1학년임에도 교체로 들어가 6골을 넣었어요. 1학년 막내가 교체로 들
어올 때마다 해결을 해줬던 것이죠. 결승전에서도 2골을 다 넣었
고...”
결국 연장에서도 우열을 가리지 못한 백암고와 금호고는 승부차기에
들어갔고, 여기서는 골키퍼 이원희가 2개의 결정적인 선방을 기록하
며 팀을 구해냈다. 우승이 확정된 후 박 감독은 오명관 코치 등과 얼
싸안으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순탄하지 않았던, 드라마틱했던 과
정이었기에 그 기쁨은 더욱 컸다.
이로써 백암고와 박광현 감독은 백운기에 처음 출전했던 2004년에 우
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2005년 우승, 2006년 준우승에 이어 또다시
우승컵을 손에 넣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4년간 연속 결승 진출에 3번
의 우승, ‘백운기 킬러’라고 불릴 만 하다.
“사실 조 예선부터 쉽지 않았어요. 동북고와의 첫 경기에서 승부차기
로 졌기 때문에 이리고와의 경기에서 2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했죠. 그
런데 2-1로 이기는 바람에 결국 추첨으로 올라갔습니다. 고비였죠.(웃
음)”
“이 대회와는 인연이 있기 때문에 다른 대회보다 준비를 더 철저히
합니다.(웃음) 더군다나 이 대회가 항상 시즌 초에 있기 때문에 더 신
경을 쓰는 것도 있고요.”
백암고는 알다시피 용인시 축구센터(용인 FC)에서 훈련하고 있는 선수
들로 구성된 팀이다. 용인 FC에서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은 중등부 학
생들은 백암중과 원삼중, 그리고 고등부 학생들은 백암고와 신갈고에
서 교육을 받고 있으며, 대회 역시 이 학교들을 대표해서 출전한다.
이들 학교들이 축구부를 창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최근 몇 년
간 전국적인 강호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유이다. 백암고 역시 각종
대회에서 상위 입상했으며, 올해에도 춘계연맹전 4강에 이어 이번 대
회에서도 우승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무래도 좋은 선수들을 많이 데려올 수 있었고, 시설을 비롯한 훈
련여건이 좋기 때문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에 90년대 K리그에서 명성을 떨쳤던 수비수 박광현 감독의 조련
역시 빠질 수는 없다. 현역 시절에는 최고의 맨투맨 수비수로서 ‘스
트라이커 킬러’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었던 박 감독은 이제는 지도자
로서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
“제가 현역일 때는 맨투맨 수비였죠. 일단 상대 공격수와의 1:1 싸움
에서 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수비는 개인능력
도 중요하지만, 조직력이 최우선이에요. 상대 공격수만 따라다니는 것
이 아니라 지역방어를 바탕으로 해서 커버 플레이 등에도 신경을 많
이 써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적인 수비라인을 만드는데 주력했
죠.”
지금까지 순탄한 길을 걸었던 백암고이지만, 앞으로의 길은 험난하
다. 최근 들어 프로팀 산하 유소년클럽들이 좋은 선수들을 많이 선점
하면서 전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 울산현대고(울산현대)와 광양제
철고(전남), 포철공고(포항)에 이어 얼마 전에는 전통의 명문 동북고
가 FC 서울의 지원을 받아 이 대열에 합세했다.
백암고 선수들이 소속되어 있는 용인 FC가 일반 학원팀들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지만, 아무래도 프로팀 산하 유소년클럽과는 재정적인 부분
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 감독은 그런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선수들이 있지만, 고등학교
에 들어온 이후부터 가파르게 성장하는 대기만성형 선수들도 분명히
있기 때문. 박 감독 자신도 그런 유형의 선수였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스카웃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느냐죠. 재정적으
로 그 팀들에 비해 힘드니까요.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초-중학교때
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도 있지만, 고교 진학 이후에 갑자기 성
장하는 선수들도 있거든요. 잘 관찰해서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재목
들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가르친다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봅니
다.”
“일단 백운기에서 우승하면서 기세를 탔으니까 남은 대회에서도 좋
은 성과를 내야죠. 무엇보다 전국체전에 나가서 한번 우승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도전할 생각입니다.”
[스크랩 : 스포탈코리아 2007-05-18]